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의 축제 중 하나인 홀리(Holi)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 예술입니다. 인도의 색채 폭발! ‘홀리(Holi)’ – 경계를 넘는 축제의 날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눈부시게 화려한 색가루, 환호하는 사람들, 전통 음악과 춤, 그리고 종교적 의미가 어우러진 이 날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삶의 희열을 나누는 날로 여겨집니다.
‘색채의 축제’라는 별명답게, 이 날 인도의 거리에는 온통 분홍, 파랑, 초록, 노랑, 붉은색의 물감과 가루가 흩날리며 사람들의 얼굴과 옷,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물들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겉모습 너머에는 깊은 종교적 뿌리와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홀리 축제가 어떤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지, 실제 인도에서 이 축제가 어떻게 열리는지를 살펴보고, 현대 사회 속에서 홀리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홀리의 유래 – 불을 지나 색으로 피어나는 전통의 힘
홀리는 매년 힌두력 기준으로 팔구나(Phalguna) 월의 보름달 날, 대개 3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 열립니다. 이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새로운 계절과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홀리의 기원은 힌두교의 신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 ‘선이 악을 이긴 날’이라는 종교적 메시지를 품고 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유래는 ‘홀리카(Holika)’와 ‘프라흘라드(Prahlada)’의 이야기입니다. 프라흘라드는 악마 왕 히라냐카시푸(Hiranyakashipu)의 아들이었지만, 비슈누 신을 깊이 숭배했습니다. 히라냐카시푸는 아들이 자신을 따르지 않자 그를 없애려 했고, 그 방법 중 하나로 불에 타지 않는 능력을 지닌 누이 홀리카에게 프라흘라드를 데리고 불 속에 들어가라고 명령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프라흘라드는 비슈누의 가호로 무사했지만, 악을 상징하는 홀리카는 불에 타 죽고 맙니다. 이 사건은 결국 선의 승리를 상징하게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홀리 전날 밤에는 ‘홀리카 다한(Holika Dahan)’이라 하여 불을 지피는 의식을 치릅니다.
불의식을 지나고 나면, 본격적인 색의 축제가 시작됩니다. 이는 악을 불태운 뒤 남은 순수함과 기쁨, 그리고 봄의 도래를 상징하며,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서로에게 색가루를 뿌리고 물을 뿌리며 축제를 즐기는 날로 이어지게 된 것이죠.
이처럼 홀리는 단지 흥겨운 놀이가 아닌, 종교적 신화와 계절의 순환, 그리고 인간 내면의 정화를 상징하는 깊은 의미를 지닌 축제입니다.
거리 위의 캔버스 – 사람과 색이 어우러지는 날
홀리 당일이 되면 인도의 거리는 말 그대로 거대한 캔버스로 변합니다. 남녀노소, 계급이나 종교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서로에게 ‘굴랄(Gulal)’이라 불리는 형형색색의 가루를 던지며 웃고 춤춥니다. 흰 옷을 입고 나온 사람들은 곧장 온몸이 무지개처럼 물들게 되죠.
사람들은 “Happy Holi!”, 혹은 “Holi Hai!”(홀리다!)를 외치며 서로에게 가루를 바르고, 물총에 색색의 물을 담아 뿌리기도 합니다. 가루뿐 아니라 물풍선, 향이 나는 분말, 때로는 천연 색소를 이용한 액체 물감까지 사용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사회적 신분이나 직책을 넘어 모두 하나의 공동체로 섞이게 됩니다.
특히 어린이들은 장난감을 들고 뛰어다니며 축제를 즐기고, 젊은이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열기를 더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 북인 ‘도락(Dholak)’의 리듬에 맞춰 행진이나 군무가 벌어지기도 하며, 지역마다 다양한 음식과 간식을 나누는 시간도 이어집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과자 ‘구자(Gujia)’, 음료 ‘탄두이(Tandai)’**, 전통 간식 등이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방(Bhang)’이라는 대마 음료도 홀리 전통의 일부로 마셔지기도 합니다.
홀리는 단순한 놀이나 퍼레이드를 넘어서, 억눌렸던 감정의 해방구, 일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간입니다. 인도 사회는 전통적으로 계급 구조와 위계질서가 강하지만, 이 날만큼은 신분이나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서로가 친구가 되는 날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민주적인 해방의 축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경계를 넘는 축제 – 홀리의 현대적 의미와 글로벌 확산
오늘날 홀리는 인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힌두교 문화권은 물론, 미국, 영국, 호주, 한국에서도 홀리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특히 각국의 대학교나 힌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열리는 ‘컬러 페스티벌(Color Festival)’은 점점 대중화되고 있으며, 음악 페스티벌이나 문화 행사와 접목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확산은 홀리가 가진 보편적 메시지 – 자유, 평등, 치유, 희망이 현대인의 감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적 배경을 몰라도, 홀리가 주는 컬러풀한 해방감과 공동체적인 즐거움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입니다.
또한 최근 들어 인도 내에서도 홀리의 방식은 점점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천연 성분의 색가루 사용을 장려하거나, 친환경적 축제 운영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무분별한 색소 사용으로 인해 건강이나 환경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연 재료를 이용한 컬러 가루, 물 절약형 홀리, 안전한 거리 놀이를 권장하는 흐름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홀리의 사회적 메시지도 점점 부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별 없는 포용, 세대 간의 화합, 정신 건강과 자아 해방 등의 키워드와 연결되며, 단순한 ‘색의 축제’를 넘어서 자기 표현과 감정 치유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홀리는 단순히 “재미있는 날”이 아니라, 현대인이 삶에서 놓치기 쉬운 본질적인 감정 – 순수한 즐거움과 연결, 해방감을 되찾게 해주는 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홀리는 단지 인도인의 축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 모두가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직관적인 기쁨의 형태입니다.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무너뜨리고 감정을 공유하는 매개체입니다. 흰 옷을 입고 색에 물드는 그 순간, 사람들은 서로가 같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홀리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삶은 때때로 흐리더라도, 우리가 함께 웃고 어우러질 수 있다면 다시 찬란해질 수 있다고. 당신의 삶에도 이런 홀리 같은 하루가 있기를 바랍니다.